AI를 넣으면 더 좋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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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컨텐츠 생성 도구인 Jasper가 1780억원 규모의 Series-A 투자를 유치했다. 이제 AI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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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AI는 단순히 개별 의제에 대한 판단 수행을 넘어서 창의적인 업무 수행의 영역에도 손을 대고 있다.

AI가 나 대신 창업 아이디어도 100개 만들어주고, AI가 나 대신 세일즈 이메일도 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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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의문이 드는 건, ‘우리 프로덕트에도 AI를 넣으면 더 좋아지는가’ 하는 점이다.

AI응용이냐 응용AI냐

Jasper.ai, Wrtn.ai, Copy.ai … 서비스 도메인이 .ai로 끝나는 회사들이 있다. 이들 회사는 AI응용 비즈니스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AI 기술이 비즈니스의 주축이 되며, 프로덕트와 기능들이 AI를 중심으로 확장되는 케이스이다.

한편으로는 응용AI 비즈니스도 있다. 예를 들어서 이메일 생산성 도구에 AI를 활용한 이메일 자동완성 기능을 넣으면, 이것은 응용AI 비즈니스라고 부를 수 있다.

AI를 넣으면 더 좋아지나?

예를 들어 AI로 카피라이팅을 하면 좋은 점은, AI를 써서 카피라이팅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많은 카피를 빠르게 써낼 수 있다는 것이다.

AI로 카피라이팅을 하면 안 좋은 점은, 일정 퀄리티의 카피가 점점 더 흔하고 쉬운 것이 되면서 카피 자체의 가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달앱 리뷰 전쟁

‘배달 앱 리뷰 기능’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배달 앱은 가게의 메뉴와 서비스의 품질등을 고객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저마다 ‘별점리뷰’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리고 이 별점리뷰 시스템을 통해서 더 많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가게를 리스트 상 더 눈에 띄는 자리에 배치한다.

그러면 가게 사장님들은 더 좋은 별점리뷰를 받기 위해서 원래라면 안 해도 되었을 서비스를 넣기 시작한다. 손편지를 넣기도 하고, 음료를 추가로 보내주시기도 하고, 사이드 메뉴를 추가로 보내주시기도 하고. — 단, 여기에 조건이 걸리기 시작한다. 리뷰를 남겨주셔야만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조건 말이다.

그 시점부터는 ‘본래의 음식 맛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아니라, ‘리뷰를 위한 노고’를 할수록 더 좋은 리뷰를 축적할 수 있다. 요컨데 가게 음식의 가성비가 좋지 않고, 서비스가 최고가 아님에도 ‘리뷰를 남기는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잘해주는’ 데에 성공했다면, 그 가게는 배달 앱에서 상위노출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배달 앱 운영사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관련된 행위 (어뷰징)을 막기 위해서 여러가지 장치들을 도입하기 시작한다. 창과 방패 싸움의 시작인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 속에서 사장님들 사이의 출혈이 심해지고, 소비자들이 접하는 리뷰 정보의 품질이 낮아진다는 점.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같은 리뷰 어뷰징 및 어뷰징된 가게의 노출 문제가 반복된다면, 배달 음식과 관련된 업계 전반의 비용이 간접적으로 높아지고 (더 좋은 리뷰를 위해 의례적으로 부가적인 서비스를 해야 하니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팁이 증가한다고도 볼 수 있다.

배달앱 운영사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어뷰징을 제대로 방지하면서, 리뷰의 효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골머리를 앓아야 한다. 어뷰징 방지책이 발전하면 당연히 어뷰징의 방식도 발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골머리를 앓더라도 매출과 같은 정량적 후행지표의 개선을 부른다는 보장은 없고 (예를 들어 리뷰 남기면 감자튀김을 준다는 문구가 고객의 입장에서 그 가게에서의 주문을 결정하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문구가 사라졌을 때 고객의 주문 의사결정이 번복되는 케이스도 상상할 수 있다.) 리뷰를 향한 출혈 경쟁이 사라진다는 보장도 없다. 어려운 문제이다.

기술은 문제 해결의 요구사항이지만,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어떤 기능을 넣는다고 해서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 AI도 마찬가지. AI를 넣는다고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이들 기능 등이 가져다 준 서비스의 품질 개선사항 등을 어떻게 해석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을 위한 프로덕트였다면,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 마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