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크게 뜨는 연습


최근에 나는 모니터 화면을 지독하게 쳐다봤다. 일의 연속성에 엄청나게 몰두해서, 아주 좁고 아주 깊은 화면의 어느 영역을 들여다보는 데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에게 나의 표정이 어두워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딱히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체력적으로 지치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내 표정을 그렇게 만들었던 걸까. 궁금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나의 눈빛이 잠시나마 흐려졌다는 사실을.

며칠동안 평소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자신을 풀어놓았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비우는 연습을 했다. 산책을 하면서 평소보다 더 눈을 크게 뜨는 연습을 했다. 더 멀리에 있는 초록을 보았고 더 멀리에 있는 하늘을 보았다.

인간의 동공은 빛을 조절하는 조리개. 더 많은 빛을 받아내기 위해서, 더 멀리 있는 것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눈을 크게 뜨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제 다시 눈을 크게 뜰 수 있다. 나는 다시 선명한 눈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