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사람, 스킬셋, 신뢰


💡 이 글은 동갑내기 창업자 모임 자료로 작성되어 편의상 반말을 사용합니다 —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주제는 스타트업과 사람. 잠깐, 왜 사람이 필요하지?

음, 아마도 나 혼자서는 못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 아마도 외로움을 탈 거야.
  • 아마도 능력의 한계에 부딪힐 거야.
  • 아마도 창의력의 한계에 부딪힐 거야.
  • 어쩌면, 함께하는 게 더 즐거울 거야.

Q. 스타트업에는 왜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스킬셋만 놓고봤을 때, 이런 기준은 어때?

steve

메이킹 —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모든 능력 (프로그래밍, 공학, 디자인, 기획, 설계, …)

우리는 ‘애플’이라는 회사를 놓고 봤을 때 스티브 잡스를 떠올려. 그렇지만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 덕분에 성립한 것도 맞지만, 스티브 워즈니악이라는 엔지니어 덕분에 성립했다고도 볼 수 있어.

메이커 — 그러니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혼자서도 제품을 만들 수 있어.

그러나 메이커들의 약점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저절로 팔릴 거라고 생각한단 거지. 스티브 워즈니악은 닉시관으로 만든 손목시계를 차고 다녔어.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이런 손목시계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무도 닉시관으로 만든 손목시계를 차지 않아. 스티브 워즈니악은 너무 너드였던 거지.

스티브 잡스의 후광을 바라보다보면, 워즈니악의 메이킹 능력이 잡스의 능력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아. 메이커가 비즈니스 중심적인 인물보다 훨씬 더 희소한 인적 자원이거든. 특히나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셀링 — 제품을 팔 수 있는 모든 능력 (마케팅, 세일즈, 비즈니스, IR, HR?…)

그러나 메이커들은 말했다시피 — 대체로 자기가 만든 제품을 잘 팔지 못하지. 그렇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성립시키는 역량이 조금 떨어질 수 있어. 따라서 영업, 마케팅, 비즈니스에 천부적인 사람들의 가치가 어느 시점에서는 메이커의 그것을 초월할 수 있겠지.

좋은 스타트업은, 제품만 있다고 동작하지 않는 경우도 꽤 많아. 제품의 비중이 아주 큰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비즈니스의 비중이 아주 큰 스타트업도 많이 있어.

제품만 잘만드는 건, 때때로 돈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도 많아.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위한 초호화 7성급 레스토랑 코스메뉴를 만들었다고 치자. 독자적인 레시피로 조리했고, 반려동물이 먹더라도 아무런 탈이 나지 않고, 반려동물도 맛있다고 반응한다고 해. 그런데 이 제품은 좋긴 한데, 원재료값과 노고에 대한 비용을 전부 지불할 수 있는 부자 손님을 찾지 못하면, 비즈니스는 성립하지 않을 거야. 내가 아무리 좋은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치더라도 말이지.

둘 다 잘하는 사람도 있다고 해 — 믿거나 말거나.

가장 성공한 창업자들은, 일부분 메이커의 역량 내지 충분한 기술적 이해도를 갖췄고, 동시에 셀링 능력도 갖췄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일론 머스크가 그런 예지. 일론 머스크는 물리학, 컴퓨터 공학같은 기본적 공학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창업자야. 그렇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누구보다 큰 그림의 사업을 구상하고 제품을 팔아재끼는 수완을 가지고 있지.

메이킹과 세일즈(내지 마케팅)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한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아.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드러커는 기업의 존재의의가 혁신과 마케팅이라고 했지 — 그 두 가지 과업들을 해낼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닐까?

Q. 만약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어떤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


사람은 어떻게 믿을 수 있어?

비즈니스는 신뢰의 문제야. 우리가 돈을 ‘신용’이라고 부른다면, 돈을 버는 일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아, 신뢰와 신용은 다른 문제야. 신용은 써먹는 다는 한자가 들어갔으니까, 누군가를 이용하는 차원에서 믿어주는 거야. 예를들어 은행은 대출자를 신용하기 때문에 돈을 빌려주지. 그가 돈을 갚고 이자도 낼 것으로 기대하며 그 사실을 이용한다는 차원에서.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자수익을 얻어내는 게 목적이니까 은행은 대출자를 절대로 ‘신뢰’하지 않아. 대체로 신용은 과거로부터 축적된 데이터에 근거한 판단이며, 신뢰는 미래에 대한 기댓값과 정성적 가치를 포괄한 판단이야.

사람을 믿어야만 일이 성립해. 아, 물론 어떤 회사는 일용직 구성원으로만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구성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이 회사도 결국에는 사람을 믿어야 동작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이 돈을 지출했을 때 이 사람이 이만큼의 작업을 해줄 것이다 — 하는 기대치는 존재하겠지.

사람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서 한 가지 생각의 도구를 가져왔어. 이 내용은 엔젤리스트 창업자 Naval의 팟캐스트에서 일부 가져왔어.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론 - 우린 어떻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약속을 하나 잡을 거야. 만나기로.

그런데 우리는 각자 지금 다른 장소에 있어. 세계에는 인터넷이 끊겼고, 전화도 할 수 없어. 우리는 무선으로 통신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데, 어쨌거나 우리는 만날 거야. 한날 한 시에 모여서 얼굴을 마주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할 거야.

  • 우리는 그럼,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만날 수 있지?
    • 우리는 서로가 만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전제로 계획을 세울 거야.
    • 그리고 우리의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어떤 보편적인 장소와 시간, 예를 들어 — ….

Q. 어떻게 사람을 믿을 수 있어?

steve


당신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 일하지 말아라, 단 하루도.

사람에 대한 말 중에서, 좋아하는 말이야.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어.

그럼,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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