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


모든 ‘일’은 메세지를 전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흔히 ‘일’이라고 말하는 모든 행위의 근간은 사실 전부 다 동일하며, 전부 다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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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말을 하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마케팅을 해내는 등등 모든 과정의 모든 면들이 사실은 단지 메세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즉, 모든 업무는 글쓰기나 말하기와 본질적으로 같다.

  • 글은 읽히기 위해서 쓰인다.
  • 말은 듣는 이를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전해진다.
  • 프로그래밍은 컴퓨터를 움직이기 위해서, 심지어는 그 컴퓨터로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서 쓰인다. 어떤 사람은 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을 말로 움직인다.
  • 디자인은 언어의 대체품이다. 형용되지 않는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 사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을 행동하게 만들기 위해서 수행된다.
  • 마케팅 활동은 소비자에게 문제의식을 주입한다. 문제의식을 느낀 소비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돈도 지불하고 목소리도 내고 행동도 기꺼이 한다.

메세지를 전하는 이유는 남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돈은 단지 메세지를 전하는 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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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남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생각과 행동을, 얼마만큼 해줬으면 하는지 정량화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자 매체이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돈을 ‘신용’이라고 부른다. 돈은 메세지이다. 다만 대부분의 인간들이 열렬히 지지하고 칭송하는 메세지이다.

돈은 단지, 왕과 정치가, 심지어는 신을 뛰어 넘어 보편적으로 이해되는 막강하고 유효한 메세지이다. 세계에서 손에 꼽게 돈이 많은 빌게이츠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정치계에 입문할 생각이 없냐고 말이다.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가에게는 임기가 있지만 자신에게는 임기가 없으니 말이다.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전하는 인간들, 기업가들, 개발도상국, 연구자들에게 돈을 보내면 된다. (원문: “I decided the philanthropic role is where my contribution would be more unique, and so that is what I will work on the rest of my life,” Gates said. “I actually think, maybe I’m wrong, that I can have as much impact in that role as I could in any political role. In any case, I would never run for political office.”)

메세지는 점점 더 흔하고 저렴해진다. 당신은 앞으로 무슨 메세지를 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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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컴퓨터에게, 소프트웨어에게, 인공지능에게 메세지를 전하는 능력이 생겼다면, 만약 소프트웨어가 인간처럼 말을 내뱉기 시작한다면, 그 말은 그들이 장차 ‘모든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농담이 아니라, 분명히 그럴 것이며 이미 그러고 있다. 유튜브에 접속했을 때 당신이 보게 될 영상은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는가.

그들 알고리즘의 설계자가 인간이라는 지점은 별로 상관이 없다. 메세지를 전하는 일 자체가 세상의 일부분에서 이미 자동화되었지 않았는가. 우리가 최근 흡수한 정보와 메세지를 몇 %가 검색엔진에 간접적인 기원을 두는지 생각해보라. 어쩌면, 사람에 따라서는 100%인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세계에서는 모든 ‘일’과 모든 ‘메세지’가 더 많은 부분 자동화 가능하며, 모두가, 아무나 더 많은 메세지를 더 멀리 전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따라서, ‘무슨 메세지를 전할 것인가’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진다.

돈만 추구하는 인간 또는 돈의 정점에 오른 인간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를 좋아하는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좋아하는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좋아하는가? 그들이 세상에 전한 메세지는 그럴싸한가? 그들의 삶은 멋지고 동경할만한가? 그들이 이혼을 몇 번 했는지 알고 있는가?

  • 빌게이츠는 2021년 멜린다 게이츠와 이혼한다.
  • 일론 머스크는 2022년 현 시점에 세 번 이혼 했다고 한다.
  • 제프 베조스는 2019년 이혼했다. 43조원의 위자료를 내게 되었다.

아 그런데 이혼을 하는 건 나쁜 일일까?

사람들은 으레 사업과 사기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이다. 사업은 지속 가능한 사기이며, 사기는 지속불가능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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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홈즈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테라노스가 2014년 극소량의 혈액으로 250여 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의학 키트 ‘에디슨’을 개발했음을 공표하자, 테라노스는 미국 최고의 메디컬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2015년 테라노스의 시장 가치는 90억 달러로 평가되었다.

45억 달러 어치의 자사 주식을 보유한 엘리자베스 홈즈를 포브스는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자수성가형 여성으로 꼽았다. 투자자들은 엘리자베스 홈즈를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전설적인 사업가라고 생각했다.

2015년 10월 15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오랜 기간 테라노스를 정밀 취재한 결과 광고에 언급된 250여 개의 질병 중 실제로 에디슨이 진단할 수 있는 것은 16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자료 검증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한 평가는 전설적인 사업가에서 악명높은 사기꾼으로 하루 아침에 바뀌고 말았다. 그의 사업은 지속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250여 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 키트 ‘에디슨’이 실존하지 않았더라도, 그가 하던 방식대로 정보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고 실질적인 연구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하여 실제로 250개의 질병을 진단하는 키트가 실제로 존재하게 만들어냈다면, 그는 사기꾼이 아니라 사업가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설사 그 과정과 시작점이 허황된 거짓말이었을지라도 말이다.

그럼 반대로 철저하게 돈이 아닌 것,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의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가?

니체는 현재까지도 자신만의 메세지를 세상에 전하고 있는 영향력 있는 서구 사상가, 철학자였다. 니체는 어느 날 도시의 중심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의 삶을 영원히 바꿔 놓을 어떤 일이 일어났다. 그는 한 마주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말을 채찍으로 때리는 현장을 보았다. 불쌍한 말은 완전히 지쳐있었다. 하지만 말의 주인은 말이 지쳐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계속 걷게하려고 채찍질했다.

니체는 그가 본 것에 너무 놀라 재빨리 현장에 접근했다. 마주의 행동을 비난한 후 니체는 쓰러진 말에게 다가가 껴안고 울기 시작했다. 목격자들이 말하길 그가 말에게 몇 마디 중얼거렸고 그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설에 의하면 철학자의 마지막 말은 “엄마, 나는 바보야”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그는 의식을 잃었다.

모든 것에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의 삶에도, 세상에서 가장 철학적인 사람의 삶에도 나름의 굴곡이 있다니 차라리 이도저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지금 이대로의 삶이 훨씬 더 괜찮은 것 아닐까?

그러나 지금 이대로의 삶이나, 평범한 사람의 삶에도 마음에 드는 구석과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존재할 것이다.

사람이나 삶이 아닌 개념에도 이는 분명 마찬가지일 것이다.

  • 주식회사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사회적 기업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자선단체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정치체계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현존하는 모든 것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무엇이 좋은 것인지 말이다.

세계는 입체적이다. 지독하리만치 많은 굴곡을 지녔고, 울퉁불퉁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하나의 요소에는 여러가지 장점과 단점이 있고, 장점은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단점으로 비춰진다. 장점과 단점은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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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지개가 일곱 빛깔을 가졌다고 이야기하지만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진 국가에서는 무지개가 여섯 빛깔을 가졌다고도 이야기한다. 사실 하나의 무지개에는 무한하리만치 많은 빛깔이 연속적으로 존재하나, 관찰자의 기분에 따라 그들이 아는 언어에 따라 적절히 수정되고 편집된다. 세상 만사가 다 그럴 것이다.

정치성향도, 인간의 성격도, 누군가와 무언가의 잠재력 내지 가능성도, 선과 악도 마찬가지. 흑과 백 사이에는 너무나 많은 종류의 회색이 숨겨져 있다. 심지어 그 흑과 백, 0과 1이 동시에 존재한다. 양자역학에서는 이를 ‘초위치’라고 이름까지 붙였다.

인생도, 인간도, 세계도, 사실은 어쩌면 크고 작은 실험의 연속이다.

어떤 행위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보고 그 과정을 체험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가장 정량적이고, 가장 실리적이고 실질적이며, 가장 자본주의적인 여느 인간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도 단지 얼마간의 호기심, 믿음이다.

  • 차가 있으면 무엇이 좋은 걸까.
  • 집이 있으면 무엇이 좋은 걸까.
  • 통장 계좌 화면에 찍힌 0이 많으면 무엇이 좋은 걸까.

그런 것들이 궁금할 뿐이다. 그는 속물이 아니라, 돈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것이다.

가장 추상적이고, 가장 철학적인 여느 인간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도 역시 호기심이다. 얼핏 쓸모없어보이는 이야기들의 쓸모를 찾고 싶기 때문에,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어쩌면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면이 아닌 입체적 실체를 한 줌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해서, 모든 것의 장점과 단점을 이해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