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


2009년 그리스컴은 벤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진행하던 도중, 자기 기업에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 다섯 가지를 담은 슬라이드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었다.

투자자들은 투자를 승인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데, 그는 오히려 투자를 거절해야 할 이유를 알려준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의 맥락상, 투자를 받았을 것 같지 않은가? 물론 그렇다. 그는 33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

나중에 그리스컴은 디즈니를 찾아가 본인의 회사의 인수 의사결정과 관련된 미팅을 진행했다. 그는 디즈니 측에 똑같이 ‘우리 회사를 인수하면 안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슬라이드를 집어넣었다.

그의 회사는 4000억원에 인수되었다.

투자자들은, 기업가를 지지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기업가의 주장에서 허점을 찾는 게 직업인 사람이다.

따라서 기업가가 과도하게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이거나, 과도하게 확신이 차있다면, 그들은 본능적으로 의심을 시작한다. ‘뭔가 수치가 잘못됐겠지. 뭔가 말이 개연성이 없는데? 뭔가 … 아무튼 뭔가 문제가 있어.’

이렇게 되고 나면, 그 어떤 설득의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론,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져올 수는 있다. ‘매출이 100만 달러입니다. 그래도 투자 안 하시겠어요?’

우리는 흔히 혹평을 잘하는 영화평론가가 탁월한 평론가라고 생각한다. 같은 시야로 작품을 바라봤더라도 한 가지라도 더 부정적 표현을 남기고 더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설득력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망할수도 있거나, 대단한 모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오롯이 알고, 심지어는 뒤집어 내기 위해서 더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