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웰빙팀과 웰빙 데이터 과학자를 채용하는 이유


웰빙, 새로운 포지션과 채용공고의 등장

링크드인이나 커리어 포탈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포지션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 Instagram Data Science Director - Instagram, Well-being
  • Tiktok Wellbeing Data Scientist - Trust & Safety

처음 이 타이틀을 목격했다면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채용공고는 사실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Instagram 운영사인 메타는 2018년부터 일명 웰빙팀이라는 사내 조직을 운영했다.

instagram job post

메타는 웰빙팀을 통해 인스타그램을 안전하고, 친절하고, 유저를 따뜻하게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한다고 이야기한다. 웰빙 팀은 스팸 컨텐츠와 괴롭힘, 표현의 자유 문제를 풀어낸다는 목표를 갖고 일했다. 악성유저를 관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친절과 공감을 이끌어내겠다고 굉장히 정성적인 포부를 이야기한다.

wellbeing team

이는 유튜브를 제치고 가장 큰 소셜 미디어가 된 틱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틱톡은 Wellbeing Data Scientist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틱톡 역시 채용공고를 통해 본인들이 지향하는 웰빙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틱톡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웰빙과 더불어 틱톡 조직 내 임직원의 웰빙을 모두 포함한다.

tiktok wellbeing job post

소셜 네트워크가 불러온 연결과 단절, 행복과 불행, 딜레마와의 직면.

The Social Dilenma Poster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는 미국에서 제작된 제프 올롭스키 감독의 2020년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소셜 미디어의 디자인이 중독을 강화시키고 사람과 정부를 이용하고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지에 대해 심도있는 정보, 심지어는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의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력까지도 탐구한다.

이제 소셜 딜레마는 비단 다큐멘터리의 영역이 아니라 법적 제재와 개개인의 관심사다. 소셜 미디어의 유저는 소셜 미디어의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 이해하게 됐다.

소셜 미디어는 유저의 행복에 필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 유저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가하면, 괴롭게 만들수도 있다. 만약 소셜 미디어가 당신에게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만을 제공한다면, 당신은 편향되고 잘못된 정보를 이전보다 진실이라고 여길 것이다. 만약 소셜 미디어가 당신으로 하여금 괴롭고 힘든 마음을 들게 하는 컨텐츠를 계속해서 추천한다면, 당신은 소셜 미디어를 쓸때마다 점점 더 괴롭고 힘들어질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비정기적으로 크고 작은 설문조사와 연구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스타그램은 인스타그램이 다양한 인종의 유저에게 충분히 포용적인 커뮤니티인지 조사한다.

Racial justice survey

특정한 해쉬태그나 검색어를 자주 사용하는 유저에 대해서 소셜미디어는 유저에게 심리적인 도움이 필요한지 묻게 된다.

도움이 필요하세요?

유저가 좋아요의 숫자에 너무 크게 신경을 쓰고, 다른 유저의 컨텐츠와 본인 컨텐츠의 좋아요 숫자를 비교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자, 좋아요의 숫자를 실험적으로 가리기도 한다.

좋아요 숫자

10대로 판별되는 유저의 경우 비공개 계정을 사용하기를 권장받는다. 이는 성인 유저 또는 잠재적 범죄자의 접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좋아요 숫자

이같은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다. 유저의 감정은 이미 어느정도 데이터를 통해 이해되고 있으며, 매출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저의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일 또한 소셜 미디어의 책임과 업무 범위가 되어가고 있다.

정신건강처럼 정성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을 측정하고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과 행위를 조작화 (Operationalization)이라고 한다. 빅테크 기업에서는 이같은 유저 조작화와 책임을 위한 다양한 포지션을 운영한다. Google의 경우 Data Scientist와 비슷한 역할의 포지션으로 Decision Scientist라는 포지션 또한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통계적 결정이론에 밑바탕을 둔 포지션이라고 한다. 결정주체는 판단확률에 의한 효용의 기대치를 결정하고 기대효용 최대화(Maximum Expected Utility, MEU)가 되도록 결정하는데, 이는 추천 알고리즘의 설계, 임직원 상호작용과 조직적 전략과 의사결정 설계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 활용된다. 대표적인 인물로 Cassie Kozyrkov가 있다.

웰빙은 더 이상 영적이거나, 정성적인 분야가 아니라 기술적 과제다.

좋아요 숫자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의 일각에서 웰빙과 행복은 영적이고 정성적인 가치로 여겨졌다. 그러나 앞으로는 웰빙, 행복, 불행, 불안, 우울을 비롯한 인간의 감정과 정신적이고 신체적인 건강이 기술적 과제가 된다. 이는 소위 마음챙김 (Mindfulness) 스타트업인 Headspace와 Calm의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앞으로의 조직은 유저의 웰빙과 구성원의 웰빙을 이해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구글이 품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가 규모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들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10억명 이상의 유저와 함께해야 한다는 규모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테크 기업, 스타트업의 미덕은 오직 성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의 과제는 성장 뿐만이 아니라 존속, 공존이다. 이들은 유저와 공존해야 하며,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규제를 부수지 않고 공존해야 한다. 빅테크 기업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은 모든 세밀한 영역에서 평가될 것이다. 앞으로는 이들이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책임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는 웰빙 뿐 아니라 탄소배출, ESG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점점 더 당연한 과제가 될 것이다. 고도로 발전된 기술과 인프라가 개개인과 규제 주체의 데이터 문해력을 급격하게 상승시킬 것이며, 상생은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모두가 웰빙 팀이 된다.

한 때 Growth Hacking이라는 말이 스타트업 업계에서 크게 유행했다. 물론 여전히 유행이다. 그러나 성장을 도모한 다음, 그리고 성장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또 다른 과제 또한 주어진다. 웰빙은 그 중 하나다. 어떻게하면 유저가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어떻게하면 임직원과 구성원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겠는가? 흔히 우리 모두가 Growth Hacker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웰빙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웰빙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왕 돈 버는 거, 기왕 성장하는 거, 남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고 그 과정들을 조금 더 행복한 무언가로 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References

  •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