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세상은 어떻게 바꾸나요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러한 믿음은 정말로 막연하고, 한 치 앞을 알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 왜 세상은 나아지는 듯하다가도 나아지지 않는가. 어설프게나마 세상을 공부하면서 시니컬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처음과 같은 마음을 가진 채로, 나아진 세상을 상상하리라.

한편 세상은 사실 딱히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나은 세상이 뭔지, 생각하는 사람(들)을 교체해나갈 뿐인 듯하다.’ 이틀 전에 치러진 제20대 대선이 그래했고, 수많은 작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역사가 모두 그러할 것이다. 16,394,815표를 받은 당선인 윤석열은 16,147,738표를 받은 이재명 후보의 생각과 정책을 정확히 1614만 표만큼 존중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면적으로 부정, 반박할 것이다. 그러기 위한 ‘당선’일 테니. 단지 ‘생각하는 사람’이 교체되었을 뿐이니까. 어떤 사회에서 어떤 인간은 다른 인간과 평등하지 않고 소유물인 노예로 취급받더라도 괜찮았다. 함무라비 법전에는 ‘어느 노예라도 그가 주인에게 “이 자는 나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주인은 자기 소유의 노예임을 입증하고 그 귀를 자를 권리를 가진다.’라고 쓰여있었다. 법전의 영향하에 있던 모든 노예들이 그 법전의 문구가 과연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내가 그 ‘나은 세상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무엇을 마땅히 생각할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 세상은 어떻게 바뀌는가.

정당한 방식으로 돈을 벌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스타트업 구성원으로써, VC의 투자와 성장에 중독되고 갈망하는 업계의 흔한 관행에 너무 취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가치 있는 제품과 가치 있는 기능을 만들어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자를 설득해 돈을 받기를 바란다.

달콤한 문구로 소비자를 속이고, 바보취급하고, 안티-패턴, 다크-패턴으로 지표를 그로스-해킹하고, 우리가 이렇게 일을 잘한다고 자신하지 않기를 바란다.

플랫폼 노동자를 착취하고, 죽이고, 방관하고, 부당해고하는 플랫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공지능이라는 핑계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중독과 의존성을 종용, 방치하고, 인간을 착취하지 않기를 바란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면죄부로 쓰지 않고, 매 발걸음 뒤에 남겨진 존재를 생각하고, 개선의 방향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를 바란다.

진실을 추구하라

가짜 뉴스를 확산하지 말 것. 한 문단의 뉴스를 읽더라도, 한 문장의 헤드라인을 읽더라도 출처와 진의 여부를 판단, 의심하는 습관을 가지길 바란다.

퇴고를 습관화하고, 잘 모르는 내용을 쉽게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모두가 미디어가 되는 세상이다, 모든 기업 또한 미디어가 되었다. 기술 블로그, 에반젤리스트, 뉴스레터, 트위터, 유튜브, 틱톡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찍어낸다.

진실을 추구하고, 말에 따르는 책임을 느끼길 바란다. ‘인터넷에서 읽은 내용’을 확산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다면 발로 뛰고, 진짜 전문가의 말을 듣고, 단지 키보드 위에 올려진 손이 아니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사생활을 지켜라

고객의 개인 정보를 ‘고객이 원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목적 이외에 그 어떤 이유로도 간단하게 슬랙이나 문서를 통해 공유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객의 개인 정보를 약관을 통해 용인 받은 마땅한 이유 없이 ‘탐색’하거나 ‘조사’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는 사람’을 일반 유저가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허락 없이 찾아내지 않기를 바란다.

중요 데이터베이스의 접근성을 충분히 제한하고, 격리하기를 바란다.

HTTPS와 같은 보안과 관련된 최소한의 표준을 준수하기를 바란다.

취약점 개선을 포함하는 소프트웨어의 버전을 가능하다면 자주 갱신하기를 바란다.

개인 정보 보호 교육을 이수하기를 바란다.

다양성을 증폭시켜라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이들을 신중하게 채용하기를 바란다. 획일화된 학력과 타이틀 위주의 경력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기를 바란다.

말하지 않던 사람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의 말을 듣기를 바란다.

으레 대우받던 사람을 마찬가지로 대우하지 않고 마땅히 대우받아야 할 사람을 대우하기를 바란다.

끝까지 고래 유저, 엘리트 유저를 위해 서비스할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일반 대중을 위한 서비스를 지향하기를 바란다.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이라면

그밖에 사회의 구성원인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말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말을, ‘진실’된 말을, ‘책임을 질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오늘 내일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는 없는 나는 돈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사회에 마땅히 필요한 지식과 진실을 발로 뛰어 검증하고 전하는 탐사보도 기자들과 뉴미디어에 후원하고, 행동하는 비영리 단체에 후원하고, 나와 닮은 가치관을 나 대신 세상에 말하는 정치가에게 후원할 것이다.

예컨대 나는 정치적인 사람이다. 여의도나 정부에서 일하는 정치가처럼이 아니라,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내어 존재를 알리고, 내가 믿는 가치를 세상에 전하는 사람, 삶이라는 정치를 해내는 사람이 될 것이다.

Reference

  • 폭정, Timothy D. Snyder
  • 사피엔스, Yuval Noah Har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