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게 좋습니다.


단순한 게 좋습니다. 복잡한 건 싫습니다.

이건 수 천권의 자기개발, 경영학 서적 작가의 철학, 실리콘 밸리와 스타트업의 가르침 등등이기 전에 그저 나 하나, 나를 위한 방침입니다.

출근 할 땐 출근을 합니다. 일을 할 땐 일을 하구요, 퇴근 할 땐 퇴근을 합니다. 물론, 쉴 때는 그저 쉬기만 합니다.

출근 할 때 슬랙을 켜고 일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퇴근 할 때도 일을 하지 않고, 쉴 때는 더더욱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닙니다. 특이하다 싶을 만큼 일하는 걸 좋아합니다. 남들에게 지지 않을 자신도 그럭저럭 있구요. 그렇지만 쉬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모든 활동도 참 좋아합니다.

그러나 복잡함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복잡함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해낼 수 있는 일을 해낼 수 없게 만듭니다. 내가 해낼 수 없게 된 일은, 우리 서비스의 유저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에 하나의 일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회의를 할 때에는 다른 업무를 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회의를 하고, 업무를 할 땐 업무를 합니다.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에서조차도 ‘업무’를 하는 시간과 ‘메신저’로 활용하는 시간을 마음 속에서 구분해두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번 회사에서 처음으로, 업무용 장비에 카카오톡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을 쓰지 않으면 어디서 대화를 하나 싶었지만, 생각 외로 업무시간에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멀어지지도 않았으며, 대화가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어쩌면 여러가지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대강대강 이뤄졌던 여러 간헐적인 대화는 인스턴트 음식과 결이 비슷했는지도 모르겠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는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을 땐 밥을 먹고, 노트북을 다룰 땐 노트북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서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고, 밥을 먹을 때 기계적으로 수저를 움직이는 대신 음식의 맛을 생각하려 노력했습니다. 노트북을 다룰 때 핸드폰으로 메신저를 보고, 핸드폰으로 메신저를 보다가 노트북으로 컨텐츠를 보는 등의 전환 행위를 줄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렇게 다 줄이고 하나씩만 남기면 뭐가 좋은가 하면 순간 순간이 조금 더 생생하고, 감사하고, 덜 불안하고 더 즐겁게 느껴져서 좋습니다. 그동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필요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비로소 할 수 있게되구요. 꼭 편안하지 않더라도, 무엇이든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붙습니다.

단순한 게 좋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