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진 게 뭐죠?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하면 정말로 나은 사람이 되는 걸까요, 아니면 빌게이츠나 어떤 억만장자들이 하듯 많은 돈을 벌어서 옳다고 생각하는 산업에 투자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혁신적인 새 아이디어와 지속가능성, 환경, 질병의 종식을 위해 가진 부를 재분배한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걸까요? 그러면 그 억만장자는 그들의 재산만큼, 그러니까 내가 백원을 좋은 일에 쓴다면 백만원씩 그런 ‘좋은 일’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보다 만 배쯤 훌륭한 사람인 걸까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그 억만장자가 그만한 부를 쌓지 않았다면 다른 이들이 그 돈을 대신 벌지 않았을까요? 한 명이 10억 달러를 갖는 대신에 10억명이 1달러를 나눠가졌다면 어떤가요? 내가 1달러로 일주일 치의 식비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요? 그(억만장자)가 1달러를 더 갖는다고 생사가 좌우되지 않겠지만 내가 1달러를 더 가지면 일주일을 덜 굶을 수 있다면요? 현실의 경제는 제로썸 게임이 아니라 본디 없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그런가요? 땅에서 석유를 파올려서 배에 실어 플라스틱 병에 든 생수보다 더 싼 값에 여기저기에 팔아 넘기고 그 기름을 누군가가 주유소에서 트럭에 주유하고 물건을 배달한다고 생각해봐요. 없던 석유가 시장에 생겼으니 없던 돈이 시장에 순환하는 거잖아요? 그런 걸 부가가치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배가 석유를 나르기 위해 소비하는 연료, 트럭이 소모하는 연료는 마이너스잖아요. 그 석유가 배출한 유해물질과 조금 안 좋아진 환경과 점점 올라가는 기온도 부가가치인가요? 우리가 너무 경제학적인, 자본주의적인 부가가치만 계산하고, 부가손실은 계산하지 않은 것 아닌가요?

기술이 너무나 발전했잖아요. 우리는 사회는 그냥 연결된 수준이 아니라 초연결된 사회라고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SNS 피드를 하루에 백 번 보고 소중한 사람들을 일주일에 한 번 만나게 됐다면 그건 정말 좋아진 게 맞나요? SNS가 만들어낸 연결과 유대감이 SNS가 만들어낸 외로움과 단절보다 더 큰 게 맞나요? 우리가 너무나 많은 광고를 봐서, 필요없는 메일을 너무 많이 받아서 메일함이 가득차고, 스팸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서 전 국민이 스팸 차단 서비스를 가입해야 하고, 다른 이나 다른 회사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 고유한 의지를 잃어버려서 인형이 된 건 아닐까요?

4년 동안 일을 했으니, 4년 전보다 훨씬 더 빨리 업무를 해내고 있을까요? 내가 업무를 진행하는 모든 순간순간이 4년 전보다 효율적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고 했을 때, 정말 세상에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을까요?

때때로 밝은 미래를 그리고, 때때로 허무한 회고를 합니다. 좋은 세상이 오고 있다는 믿음이 누구보다 강하지만, 그렇다고 질문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나은 사람이 되는 건 필기 60점 실기 60점짜리 자격증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니까요. 내가 인정한다고, 아님 남이 인정한다고 거기서 그치는 일이 아니니까요. 때로는 일부터 구까지 하나씩 채워나가고, 모든 걸 손에서 내려놓고 쉼호흡을 한 다음 다시 영부터 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내가 해낸 일의 가치와 내가 하지 않은 일의 가치를 모두 헤아리려고 합니다. 내가 진짜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사람인지, 남의 파이를 빼앗는 사람인지 가끔 멈춰서 고민합니다.

나아진 게 뭘까요, 여전히 처음의 마음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