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의 커밍아웃


어느새 2021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진정성의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쪽에서 누군가는 ‘가짜뉴스’와 거짓말의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저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확언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솔직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 다른 정도의 솔직함, 진정성, 거짓말을 지니고 살아가니까요.

그렇지만 한 가지 믿음이 있습니다. 남을 상처주는 일이 아니라면, 누구나 얼마든지 솔직해져도 괜찮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세상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합니다. 제가 조금 더 솔직한 사람이 되어도, 내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듯 당신도 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 지 질문을 던집니다.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Unsplash

저는 직장인이며, 트랜스젠더 여성입니다. 수 년간 여러가지 진단과 치료를 받아왔고, 주민등록부 상의 성별정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가족들의 온전한 이해를 받기까지 수 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친한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제가 친하게 여기는 친구들은 나를 쉬이 미워할 친구들이 아니기에, 역시나 친구들은 절 잘 이해해줬습니다. 한 번은 온라인에서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읽었고, 수십 명에게 이해, 공감, 감사, 격려, 여러가지 반응들을 들었습니다. 직장 동료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서로간의 오해로 불편한 일이 생기지 않길 원했으니까요.

늘 새로운 층위, 인간관계에 속한 사람들에게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일에는 저어했습니다. 혹시나 거부당할 일들이 두렵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러나 침묵의 거짓말에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저는 천 번의 커밍아웃을 통해 더 투명하고 단단한 사람이 됩니다. 차츰 이 일이 저에게도, 듣는 이들에게도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어갑니다.

저는 당신과 잘지내고 싶습니다. 사랑하지 않더라도 미워하지 않고 싶습니다.

저의 천 번째 커밍아웃을 들으러 와주신 당신이 정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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