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돌아,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작년에는 벼락치기 하듯 어떤 시급한 마음이 들어 예전과 같이 Git으로 버젼관리되는 블로그를 Visual studio code로 비교적 공들여서 글을 쓴다는 사실이 굉장히 버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는 곧장 내 몸이 익숙하고 마냥 좋아보였던 툴인 노션으로 나의 블로그 컨텐츠들을 옮겼고, 그 모습은 제법 보기 좋았다. 그렇지만 당장의 편리함 뒤에는 꽤나 큰 단점들이 숨어 있었다.

검색 접근성

Notion 웹 페이지는 검색 접근성이 낮았다. Sitemap 기능이 미비했고, permalink 또한 사람이 읽기 힘든 문자열로 구성되어서 검색 최적화가 잘되지 않았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내 생각을 읽히기 위해서,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듣기도 하고 어쩌면 누군가에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검색 접근성이 낮은 블로그는 그저 포트폴리오밖에 되지 않았다. 광고를 달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지만, 글은 누군가에게라도 읽혔을 때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이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마음가짐

GitHub Pages를 통해 관리되는 블로그는 비교적 손이 많이 간다. 마크다운 문법을 다시 사용해야 하고, 자리에 앉아서 지긋이 글을 써야 했다. 그에 반해 Notion은 쉽고 예뻐서, 눈에 보이는 부분들에 자꾸만 얽매이게 되는 것 같았다. 정렬을 바꾸고, 레이아웃을 바꾸고, 이미지를 첨부하고, 그런 일에 조금 더 매몰되었다. 요즘에는 하고 싶은 게 많은 마음, 모든 것이 되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기로 했다. 그러자 글을 쓸 때에는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레이아웃이 다시금 마음에 들었다.

나는 매사에 의미부여를 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니까, 노션으로 블로그를 옮기는 일에서 의미를 얻었던 것처럼 이번엔 다시 GitHub Pages 블로그로 내용을 옮기는 일에서도 한 번 더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덧 기술블로그를 시작한 지 만 4년이 지났다. 몇 번의 이직을 했고, 처음 커리어를 시작 하던 그 때의 호기와 열정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지는 자주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라도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했고, 기술적인 성장을 하려고 했고,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고, 대화로 비용을 줄이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여러 번 시도와 실패를 반복했고, 때로는 꾀병을 부리듯 휴식을 찾았고 때로는 집착하듯 바빠지기도 했다.

성장의 과정 속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 때는 서로의 맞지 않는 부분에만 계속해서 매달렸던 사람들에게도, 나를 믿어주시고 이끌어주신 분들에게도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때로는 이미 만들어진 시스템이 있고, 나는 그 안에서 해야 할 일만 하면 되는 어떤 부속품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모든 과정 속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깨달았다.

나는 얼마나 멀리까지 온 걸까, 정말로 최선을 다해 온 걸까. 조금은 의문도 들고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여전히 샛길이든 바른 길이든 발이 닿는대로 디뎌 한 발자국 나아간다. 어쩌면 나는 먼 길을 돌아 다시금 출발선으로 돌아왔는지도 모른다. 크고 작은 성취가 있었지만, 결국 계속해서 원하게 되는 것은 마음 하나인 것 같다. 좋은 성과를 내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정말 좋은 일이겠지만, 잠시라도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때 내 뒤에 남겨진 나의 발자국이 조금 더 친절한 것이었기를, 조금 더 솔직한 것이었기를, 조금 더 절실한 것이기를, 그래서 영영 처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끝을 모르고 천진하기를 바란다.

먼 길을 돌아,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