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일처럼 하나요? 일을 만들어서 하나요?


The Zen of Python

이따금 다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저 사람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섣부르게 생각한다. 절차에 얽매여 미팅을 잡는 것이 아닌가, 커뮤니케이션 시에도 필요 이상으로 딱딱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마음에 품을 때가 드물지 않게 있다.

나에게도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Coding convention을 이렇게 해야 한다고 남에게 관철하려고 할 때도 있었던 것 같고, 필요 이상으로 코드를 패키지화하고 정리하고 무엇이든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걸기도 했던 것 같다. 단위 테스트를 통과시키기 위한 코드를 짜고, 테스트에 의한 테스트를 하고. 이런 과정들이 꼭 필요했을까? 개발을 진행하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들이 아닌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는 점을 생각하다보면 나 또한 때때로 일을 만들어서 하지 않았나, 과도하게 프로인 척 하지 않았나 싶은 거다.

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일이란 무엇일까? 돈이 되는 일? 회사에 매출을 올리고 주가를 올리는 일? 꼭 그런 것만이 유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멀리보지 않는다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이렇게 더 완성도 있게 일을 하려는 노력도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고객이 아무런 체감을 할 수 없더라도 괜히 더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하는 일, 조금 더 멋들어진 디자인을 고민하는 일, 조금 더, 조금 더를 위한 여러가지 고민들이 정말 돈이 되지 않으면 무의미한가.

일에 있어서 더 전문적이고, 더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일까, 요즘엔 거꾸로 되묻게 된다. 무엇이든지 지나치지 않는 것이 요령인가보다. 나의 업무 속 세계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으면서 사람들과 통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고 어울려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정도가 딱 충분한 몰입이 아닐까.

지금 당장 실용적인 것에만,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언젠가 그것에 눈이 멀어 커다란 빚을 져버릴 것만 같다. 그것이 기술적인 것이든, 더 추상적인 것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