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나이


어떤 칭찬. 아이패드에 애플펜슬. 2020.08.15

나는 지난 3년동안 나이에 비해서 무언가를 잘했다거나, 대단하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다.처음에는 정말 기뻤다. 나의 이른 결정과 노력들이 비로소 인정받는다는 그 느낌이 참 기뻤다.지금도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 여전히 나를 그렇게 느껴주셔서, 말씀해주셔서 감사하고 기쁘지만 나는 더 이상 일에 있어서 나이에 비해서 잘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

일 하나만 본다면 나는 일을 이미 하고 있으니까.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작을 했으니까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내 나이에 비해서는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는 그런 것들이 남의 선택, 경험, 성취를 무시하는 선택적인 오만함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노력하는 사람, 멋진 사람이 참 많은 와중에 내가 딱 나이에 비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는 그저 머무를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되고, 어느 날에는 구태여 말하자면 그냥 그런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굳이 나의 노력의 크기나, 성취의 수준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남들과 비교해서, 특정 조건에서 마치 더 나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나를 잘 관찰하고 이해하지 않더라도 그런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다.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찝찝한 일이다. ‘나이가 어린 데도 불구하고 잘하는 것’에서 나이가 만약에 다른 것이면 어떡할까. ‘이 사람은 여자인데도, 남자인데도 일을 잘하네.’, ‘이 사람은 흑인인데도, 황인인데도 일을 잘하네.‘ 해서는 안 될 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 나이는 괜찮은 걸까? 잘은 모르겠다.

당장의 느낌이 너무나 편안해 안주하고 싶은 종류의 언어가 있다. 하지만 그런 언어를 멀리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게 중요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때에 나는 나를 나이로 보지 않고싶다.

잘한 것이 있다면 어떤 부분을 잘했는지 알고, 계속 잘하고 더 잘하고 싶다. 만약에, 사실은 그다지 잘하지 않았지만 아직 어리니까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올곧게 잘하는 방법이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그냥 잘하는 사람이 될 거다. 평가를 받아야 한다면 남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노력해 떳떳하게 평가받고 싶다. 그래서 내가 ‘나의 위치’로 치켜세워지지도 무시받지도 않게 할 것이다.

더 이상 나이로 칭찬받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근과 채찍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나이에 대한 칭찬은 앞으로 나의 채찍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