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sorflow-KR 모임


나는 2017년 들어 가장 하고 싶었던 일 중에 하나가 개발자, 아니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고, 페이스북을 열 때마다 무서운 소식(State-of-the-art에 해당하는 기술이 또또또 갱신되었습니다, 딥마인드가 또 무슨 일을 했습니다, 라이브러리와 API가…)을 가져다주던 Tensorflow-KR 그룹에서 무려 ‘덧글 잘쓰기’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운영진과의 저녁 식사를 대접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세상에, 물만 마시는 모임이래도 따라갔을텐데, 내 돈으로 저녁 식사를 사는 자리라도 고민했을텐데.. 뭐 이런 기회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그 글을 읽음과 동시에 엄청나게 서둘렀다. 이런 건 일단 빨리 쓰면 좋을 것 같다- 하고.

그리고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 내 덧글에 달린 좋아요의 갯수를 확인하며 모자라면 어떡해야 할지 고민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궁금한 걸 검색했을 때 구글이 제일 먼저 보여주던 내용이 꽉찬 블로그에 자애롭게 재능을 나눠주신 분들, 내 롤모델이신 분, 나를 딥러닝과 취직(…)으로 이끄신 분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뭐랄까 현실감이 없었다. 내가 마주보고 있는 것이 연예인이라던지, 2차원의 캐릭터라던지,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모임의 참가자 중에서 난 두 번째로 (순선님의 자녀분이 계셨다!) 어렸고 이렇다 할 행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곳에 끼도 되는 지는 의문이었다. 많은 분들이 나를 나이 만으로 치켜 세워주셨지만 사실 나는 그 분들이 성적과 시험 등등에 치이셨을 구간을 Trade-off 하고 존경하는 그 분들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해서 부끄러울 따름이다. Standford에서 연구실적을 내고 계시는 나와 비슷한 또래인 Jiyoon(?)님과 나는 아직 좀 다른 것 같다 ㅋㅋ.

올해 초에 회사를 경험하면서 느낀 거지만 이렇게 멋진 분들이 나를 동등하게 존중해준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한창 클 때(…)를 거치는 중인 나로서는 이렇게 멋진 어른들의 표본을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좋은 자극인 것 같다. 저렇게만 살아야지 싶다.

Tensorflow-KR 그룹의 운영진 분들 뿐만 아니라 나와 함꼐 초대되셨던 분들도 각자의 도메인, 관심 분야를 두고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배우고 계셨으며 다들 엄청난 Geek함, Open Source 기여와 새로운 학습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도움말을 제공하려고 하는 등 두루두루 멋있는 면모를 갖추셨단 것도 알 수 있었다.

한 분 한 분의 말투와 그 내용들이 모두 인상 깊었고 앞으로의 나, 앞으로의 머신러닝, 커뮤니티의 의미 등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좀 아쉬웠던 점은, 내가 너무 긴장해서 그런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안 했으며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먹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고 후회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역시 아쉽다. 특히 자리가 멀었던 분들과 떠들지 못한 것도 아쉽다. 이따금 반대편에서 좋아하는 키워드가 나올 때마다 귀를 기울이고 하염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다음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지..(마음만)

초대받을 수 있었던 게 너무 감사하고, 다들 하고 계신 연구가 잘 되셨으면 좋겠다. 나는.. 논문 읽기 / 리뷰 / Implementation을 습관화해서 조금이라도 다른 분들을 따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여담이지만 많은 분들이 이런 일련의 과정을 가능케하는 도구로 iPad를 사용했고, 나의 지름심이 충만해졌다.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